(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행하는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은행 업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중국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이전 연도와 달리 올해에는 달러채 투자에 크게 나서지 않고 있다.

작년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채권은 1천184억 달러어치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작년 발행액은 이전 연도의 두 배 수준으로 작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발행된 달러채의 약 70%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투자자들과 최근 몇 차례 회동한 ANZ의 오웬 갈리모어 신용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투자자들의 수요가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 더 약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유업체인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은 지난달 49억5천만 달러어치의 달러채를 발행했다. 당시 주문액은 99억 달러로 응찰률은 두 배를 넘었다.

하지만 이는 켐차이나가 작년 7월 30억 달러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보다 수요가 약화한 것이다. 작년 7월 응찰률은 거의 4배에 달했다.

투자자들의 수요 둔화는 달러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유철강업체 수강집단(首鋼集團)은 지난 3월 말 금리 3.95%짜리 1년 만기 달러채 5억 달러어치를 발행할 당시 주문 물량은 14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9월 수강집단이 이보다 낮은 금리인 3.478%짜리 4억 달러어치의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할 때 주문 물량은 28억 달러에 달해 응찰률은 거의 7배에 달했다.

만기가 더 짧아지고, 금리도 더 높아졌지만, 수요는 더 줄어든 셈이다.

크레디 스위스의 테렌스 치아 아시아·태평양 DCM 신디케이트 담당 헤드는 "응찰률 10배와 같은 얘기는 옛날얘기다"라고 말했다.

중국 투자자들의 달러채 수요가 줄어든 것은 중국인들의 채권 자산 다변화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일부는 채권 투자로 돈을 잃어 달러채 투자에 대한 유인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아시아에서 발행된 달러채의 벤치마크 지표인 JP모건 아시아 신용 지수는 1분기에 마이너스 1.4%의 총투자수익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의 절반가량은 중국 채권으로 구성돼 있다.

달러 차입 비용 상승과 중국 정부의 레버리지 투자 억제로 역내 중국 투자자들이 달러채에 투자할 자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달러채 투자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달러 차입에 기준이 되는 3개월 만기 런던 은행 간 금리(리보)는 작년 말 1.69%에서 최근 10년래 최고치인 2.36%까지 올랐다.

반면 중국 역내 채권 시장의 채권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AAA등급의 3년 만기 중국 회사채 평균 금리는 올해 들어 0.89%포인트 하락한 4.4%까지 떨어졌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일부 중국 기업들의 역외 달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진 점도 역내 투자자들의 수요를 끌어내리고 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화양년홀딩스는 지난 2월에 364일 만기 달러채 3억 달러어치를 7.25% 금리에 발행했다. 이는 작년 6월 발행한 유사한 만기의 달러채 발행 금리 5.5%와 비교해 거의 2%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폴 루카셰브스키 아시아 회사채 및 신흥시장 신용리서치 담당 헤드는 "느리지만, 중국 자금이 더 나은 금리를 제공하는 중동이나 남미와 같은 다른 신용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ICE에 따르면 아시아 회사채와 미 국채와의 금리 스프레드는 1.67%포인트로 전 세계 신흥시장 회사채와의 금리 스프레드 2.25%포인트보다 더 낮은 편이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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