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맞물려 지난 2016년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당시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IPO 시장에서 거의 쓰지 않는 평가방법으로 공모가를 산출한 탓이다. 비교기업 선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전날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IPO 대표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를 실시한 것과 관련해 IB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가 산정방법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 EV/Capacity와 EV/Sales 비교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가 산정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주관사는 생산능력 대비 기업가치(EV/Capacity) 비교법과 성장률 조정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EV/Sales) 비교법을 사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계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NH투자증권, JP모간 증권회사 서울지점,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대표 주관사이며, 나머지는 공동주관사다.

상장주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산정할 때는 파이프라인 대비 기업가치(EV/Pipeline) 비교법과 성장률 조정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EV/Sales) 비교법을 사용했다.

EV/Capacity는 기업가치가 생산능력의 몇 배 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생산능력이 기업가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지표다.

EV/Sales는 기업가치가 매출액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경영실적이 적자일 때 이용된다. EV/Pipeline은 기업가치가 보유 파이프라인 시장규모의 몇 배 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상장주관사는 이런 평가방법을 활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7조1천169억원으로 산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는 3조4천150억원으로 계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아키젠바이오텍 지분가치는 356억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기업가치는 10조5천676억원으로 산출됐다.

여기에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및현금성자산-공모유입자금) 4천661억원을 더해 지분가치(상장 후 시총)는 11조337억원이 됐다. 순차입금이 플러스인 것은 공모유입자금이 크기 때문이다.

이어 지분가치를 적용 주식 수(6천616만5천주)로 나눠 주당 평가가액을 16만6천760원으로 산정했다. 할인율은 18.45%~ 32.24%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공모가 희망범위는 11만3천~13만6천원으로 정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 "잘 쓰지 않는 평가방법인 데다 비교기업 선정도 부적절"

이에 대해 IPO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높게 산정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상장주관사가 거의 쓰지 않는 평가방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정해놓고 계산하는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 등 다른 기법으로는 몸값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평가방법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며 "담당자가 아니면 알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당시 IPO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평가에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배영규 IB 1본부 상무와 최신호 기업금융부 이사, 장동욱 기업금융부 팀장, 이연경 기업금융부 팀장 등이 참여했다.

비교기업 선정이 적절하지 않은 점도 고평가 논란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주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평가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스위스 제약사 론자(Lonza Group AG)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 1897년 설립된 론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된 신생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IPO를 진행할 당시, 두 회사의 실적 차이도 크다. 2016년 상반기 론자 매출액은 2조2천984억원, 조정 영업이익은 3천5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상반기 중 최고실적이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액은 1천363억원, 영업손실은 169억원이다.

한 회계전문가는 "론자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평가한 탓에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가가 고평가된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IPO를 추진할 때도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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