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권 채용비리의 무풍지대로 보였던 신한금융그룹도 전ㆍ현직 임직원의 자녀가 특혜 채용된 정황이 포착되며 거센 후폭풍을 맞게 됐다.

그간 금융감독원이 금융권 채용비리 관련 검사 결과를 신속하게 검찰에 이첩해온 만큼 이르면 다음 주께는 신한금융 계열사 전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11일 신한금융 특혜채용 관련 검사를 진행한 결과 22건의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임직원 자녀가 특혜채용 된 정황은 13건에 달했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전ㆍ현직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 자녀의 입사를 둘러싼 의혹은 '음서제도'란 지적과 함께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돼 온 의혹일 뿐인 데다, 신한금융 측이 당시 채용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공연한 의혹 수준에만 머물러 있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이 은행권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착수하며 2015년 이후 입사자를 살펴봤을 때도, 신한은행만큼은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신한금융을 둘러싼 의혹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그룹 계열사 전ㆍ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이름도 거론됐다.

그 무렵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려온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취임하며 이례적으로 신한금융을 지목, 특별 검사를 지시하자 신한금융은 채용비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검사를 지시한 김 원장이 각종 의혹으로 보름 만에 낙마하며 신한금융을 겨눈 금감원의 칼끝이 무뎌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감원의 조사 강도는 오히려 더 세졌다.

결국, 지난달 12일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 신한캐피탈을 대상으로 시작된 검사는 이달 4일 마무리됐다. 조사 과정에서 금감원이 운영 중인 '금융회사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민원이 접수되며 일정이 지연됐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22건의 특혜채용 중 임직원 자녀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건은 13건이다. 그간의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며 신한금융 내부 긴장도 고조된 상태다.

현재 금감원이 채용비리 정황과 관련해 확보한 증거자료를 검찰에 수사참고 자료로 제공한 만큼 신한금융은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채용비리와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앞서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된 시중은행들은 평균 3번 정도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당시 인사 담당 실무자와 임원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가피하다.

만약 검찰 조사에서 특혜채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관련 임직원에 대한 인사 조치도 즉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 8일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원 두 명을 직위 해제한 바 있다.

금융권이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가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에도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구속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모두 채용비리에 연루되며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며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잠정치이긴 하지만, 일부 사실로 드러난 임직원 자녀의 특혜채용 결과 등은 금융그룹의 신뢰도와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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