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최근 주요 외신에 부쩍 많이 등장하는 제목이다. 특히 내연기관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화력 발전의 운명에 대한 기사의 단골 간판이다.

주요 외신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글로벌 경제기구는 석유의 미래가 20세기 초반에 석탄이 걸었던 길을 답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술발전 등으로화석연료가 진짜 '화석(fossil, 化石)' 신세로 전락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 그룹 등 국내 산업계는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IMF는 최근 'Riding the Energy Transition beyond 204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오일의 미래는 (값이 싸지만 외면받는 에너지인) 석탄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40년께는 오일 가격이 2015년 기준으로 배럴당 15달러 수준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전기차와 응용기술 등은 20세기 초반 말을 대체한 자동차에 버금갈 정도의 충격을 줄 것으로 진단됐다. 운송수단의 연료로서 오일의 생명력도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짧을 것이라는 게 IMF의 경고다. 오일에 대한 수요도 앞으로 수십년 사이에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때마침 스웨덴의 프리미엄 자동차 생산업자인 볼보는 2019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2년뒤부터 생산되는볼보의 모든 자동차는 배터리에 의존하는 전기자동차이거나 최소한 배터리와 겸용으로 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의미다.

볼보는 중국의 지리가 소유한 사실상 중국 기업이다. 내연 기관의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게임체인저는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을 일컫는다.

이에 앞서 또 다른 게임체인저이면서 전기차의 선구자인 일론 머스크는 '모델3'로 대량생산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아직 연간 8만대 정도를 생산하는데 그친 테슬라의 주가가 연간 1천만대를 생산하는 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을 따라 잡았다.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주식 투자자들이 먼저 반응한 결과다.

미국의 발전시장도 화석연료 중심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10년전 22%에 불과했던 가스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의 비중이 최근 40% 수준까지 급등했다. 같은 비중으로 미국내 석탄과 원자력 발전이 줄고 있다는 게 외신의 전언이다.

국제유가가 생산량 감축 등에도 배럴당 40~50달러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요사이드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유시장 수요의 절반 가량이 수송용이다.

공급 사이드에서 미국의 셰일가스와 오일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석유 제국이 무너지고내연기관의 시대도 저물면서 가져올 파괴적 후폭풍은 메머드급이 될 수 있다. 완성차 업체하청 및 재하청 업체 절반 이상이 하루 아침에 할 일이 없어질 수 있어서다.

현대차 그룹 등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현대차 그룹은수소를 대체에너지로 활용한 자동차 개발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소 대신 전기차가 대세가 될 때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 삼성동에 10조원을 들여서 땅을 사고 다시 10조원을 더 들여서100층짜리 마천루를 짓겠다고 발표할 때 중국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볼보를 사들였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빙하와 충돌하기 직전 급하게 방향을 틀 때 출력을 높이기 위해 인부들이 삽으로 엄청난 양의 석탄을 퍼붓는 장면이 나온다. 1912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아주 먼 옛날 이야기 같지만 불과 1세기전 전 일이고 더 이상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배는 없다. 부동산 부자를 꿈꾸는 현대차그룹이 눈여겨봐야할 장면이다.(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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