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북한이 돌연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국내증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시장 주도주 격으로 부상한 남북경협주 투심이 악화한 가운데 간밤 미국 증시 영향까지 겹쳐 코스피도 일시적으로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북한은 이날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무기한 미뤘다. 한국과 미국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이 이유였다.

북한의 돌발 행동에 남북 경협주는 단기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관측됐다.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소식에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은 이번주에만 각각 8.52%와 14.91%, 16.89% 급등했다.

코스닥의 특수건설[026150]은 30% 이상 뛰기도 했다.

남북경협주는 그간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대북관계 개선 기대로 올랐기 때문에 '거품 빼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A 증권사 트레이더는 "그간 우호적으로 나오던 북한이 갑자기 돌변하면서 대북 관련 종목도 속절없이 내릴 수 있다"며 "하루 만에 빠지기에는 거품이 커서 내림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은 테마로 오른 남북경협주가 투심 악화로 조정받을 수 있다"며 "이들은 최근 시장을 주도해 온 종목들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가운데 오히려 그간 소외됐던 실적 좋은 종목들이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발 악재로 투심이 악화한 가운데 간밤 미국 국채가 급등한 점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장중 3.09%까지 오르며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모두 하락세로 마감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 미국 증시가 빠진 영향도 있어서 국내 증시도 내릴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비핵화 논의를 하는 등 갈리는 입장을 보여 추이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남북 관계의 중장기적인 흐름에 결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고위급회담 연기 문제는 단기 조정으로 제한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이 있고 6월에 북미회담이 있어서 두고 볼 필요가 있다"며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가 일종의 노이즈가 될 수 있으나 추세 자체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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