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더라도 빠른 시일 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 과정에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남북 경제 협력을 통해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를 평가할 때 가장 주안점을 뒀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소폭 완화하겠지만 동시에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킴엥 탄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임이사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당장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탄 이사는 지난달 29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연합인포맥스 창립 27주년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장기간 투자해 온 핵무기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그는 "남북 관계 개선은 좋은 결과를 낳겠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북한이 진정한 경제 개혁을 추구해 세계 경제에 편입되고, 통일 비용도 줄어들면 한국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S&P는 지난해 8월 한반도에서의 직접적 군사 충돌 가능성은 작고 향후 2년간 긴장이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등급 및 전망을 AA(안정적)로 유지한 바 있다.

등급 판단의 중요한 포인트로 고려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제 감소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기본 입장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탄 이사는 "등급이 상향되려면 통일 비용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야 한다"며 "한국 등급 결정요인 중 부채 부문에 대한 평가가 부진한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S&P는 1∼6 사이에 있는 부문별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와 대외, 재정 부문에는 최고 평가(1)를 줬지만, 부채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4)를 매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받는 가계부채에 더해 국가의 통일 비용까지 급증하게 되면, 국가 전체적인 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는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5년 보고서에서 남북 경제 통합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2020년부터 악화하고, 2035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3%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GDP의 1.4%인 24조 원 흑자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45년간 매년 GDP의 평균 3.9%가 통일 비용으로 투입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피치 역시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자료를 내고 "장기간의 군사적 교착 상태는 한국의 신용등급에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라며 "이것은 잠재적인 군사 충돌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통일 비용의 상승 가능성도 포함한다"고 진단했다.

피치는 "한국의 'AA-' 등급과 '안정적' 전망은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모델의 추산보다 한 단계 낮은 것"이라며 "대부분이 이런 리스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당장 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 진정성을 가지고 착실히 이행한다면 내년에는 등급 전망이 오를 여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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