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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연의 전망대>'제2의 토지개혁'이 필요한 까닭

기사승인 2018.06.25  09: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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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제2의 토지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대추구형 부의 세습이 고착화하면서 자영업자 등은 현대판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현상이 다반사가 되고 있어서다. 은행권과 공공기관 등 양질의 일자리가 소수 엘리트층에 의해 독식 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부패와 불평등 정도가 토지개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패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게 아니라 불평등이 부패를 초래한다"

유종성 호주 국립대학교 교수는 저서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을 통해 "부패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이 부패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유교수는 저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비슷한 시기에 독립과 함께 자본주의를 도입한 한국,대만,필리핀이 토지개혁의 성패에 따라부패의 정도도 엇갈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필리핀이 2차 세계대전 직후 한국이나 대만보다 1인당 소득이나 교육 수준이 높았지만 토지개혁의 실패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필리핀은 소수 엘리트가 토지 대부분을 독차지하면서 정치권력까지 장악하는 형태가 고착화되면서 부패와 불평등의 정도가 한국과 대만보다 확대된 것으로 진단됐다.

유교수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권력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비리를 저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권력자의 부패행위'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부패한 권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후견주의'에 포획됐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부패한 권력자를 옹호하면서 배타적인 혜택을 얻어려는 행위가 후견주의다.

필리핀은 과거 지주 세력이었던 소수 가문이 지역의 시장부터 학교 청소부까지 모든 공공 일자리에 대한 관할권을 독점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후견주의에 의존해야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심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 채용비리가 소수 엘리트 층이나 그들과 후견주의로 연결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졌기 때문이다. 부패가 불평등을 초래한 게 아니라 불평등이 부패를 초래한 모양새다. 21세기 한국의 부패가 불평등에 따른 후견주의와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농지개혁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시스템의 원천"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도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을 통해토지개발 이익의 사유화를 원천봉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 전 장관은 저서에서 "한국에서 가장 정당화할 수 없는 부가 땅부자들의 '공짜 부동산 이익'이다"면서 "부동산의 비정상적인 이익 추구는 단지 형평성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부격차,소득격차를 확대시키는 최대의 원흉도 고지가다"면서 "가로수길,삼청동길 등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입자들이 열심히 상권을 개발해서 지가를 올려 놓으면 그것이 영업권으로 일한 사람의 몫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소유주의 자본이득(capital gain)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기가 무엇이든 우리나라의 농지개혁이 1960년대 시작된 경제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농지개혁이 국민들의 계급적 사슬을 끊어내고 상향이동 기회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농지개혁 이후 소작농의 처지가 나아져 자식 가운데 한 명 정도는 고등교육을 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자식이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고 못배운 형제들을 건사하는 등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시스템'도 농지개혁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변 전장관도 "농지개혁을 시행하지 못한 나라는 대부분 아직도 소수의 패밀리가 전 국토를 분할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이들 패밀리가 장악하여 통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농지개혁은 단순한 부의 분배가 아니다"면서 "상향 이동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등 가난에서 탈출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토지공급펀드를 통해 토지이용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국가와 지자체가 매입하고 일자리가 생기는 투자사업에 대해서는 토지나 부동산의 공급을 책임져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이익이 생긴다면 국가나 지자체가 가져야 한다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불평등을 낮춰야 부패를 추방할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자료에 따르면 불평등의 정도가 낮은 나라일 수록 부패의 정도도 대체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관이 지난해에 집계한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 기준으로 덴마크가 1위를 차지했고 뉴질랜드,핀란드,스웨덴,스위스,노르웨이,싱가포르,네덜란드,캐나다,독일,룩셈부르크,영국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우리는 조사대상 전체 국가 176개국 가운데 52위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으로 35개국 가운데 29위로 지난 2015년 27위 보다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한국은 토지개혁으로 계층간 상향 이동 가능성을 제공한 성공 모델을 가졌던 나라다. 이제 또 한 번의 토지개혁으로 국가발전의 에너지를 보강해야 할 시점이다. 천문학적인 신규 토지 공급으로 기존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인 이윤을 나눠가질 수 있는시스템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더 늦기전에. (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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