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매월 발행하는 경제동향에서 넉 달 만에 '완만한 성장세'라는 문구를 뺐다.

소비와 내수, 투자와 생산, 고용 등 수출을 제외한 거의 전 부문의 지표가 나빠지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그간 고수해왔던 경기 개선 추세 '유지'라는 말도 '완만'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면서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비교적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화하면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 추세는 완만해지는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달에는 내수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고는 있지만, 수출이 견실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대체로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5월에 제조업 생산이 조정되고 있으나, 소비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보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해졌는데, 이번 달에는 경기에 대한 우려를 더욱 높인 것이다.

실제로 주요 경기지표를 보면 수출을 제외하고는 좋은 게 별로 없다.

5월 전산업생산은 전월의 2.0%보다 소폭 낮은 1.7%의 증가율을 보였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생산이 8.0% 늘어난 데 따라 0.9% 증가했으나 자동차(-0.2%)와 기타 운송장비(-18.7%) 등을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서비스업생산도 전월의 2.7%보다 축소한 2.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긴 하지만 생산 측면의 전반적인 증가세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 유사한 99.7을 기록,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았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준치(100)까지 하락했다.

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는 지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를 넘는 105.5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5월 소매판매액지수는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월의 5.5%보다 증가 폭도 축소했다.

서비스업생산지수 증가율은 2.3%에 그쳐, 전월의 2.7%보다 소폭 축소되면서 서비스 소비의 개선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KDI는 "민간소비의 개선 흐름이 다소 완만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는 증가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5월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전년동월 대비 -4.1%를 기록했다. 3월 0.1%, 4월 1.3%를 보이다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5월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 증가율은 2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고, 6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과 기계류 수입액(속보치)이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설비투자 관련 선행지표가 빠르게 둔화했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 탓에 건설투자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5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부문의 증가 폭이 축소된 영향으로 전월(1.5%)보다 낮은 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건설기성의 증가율이 크게 낮아지는 가운데 주택인허가실적 등 선행지표도 추세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건설투자의 둔화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올해 들어 주택준공이 주택착공보다 많은 가운데 주택 인허가 실적의 감소세도 지속하고 있어 주택부문의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수출뿐이다.

하지만 6월 수출 증가율은 -0.1%를 기록했다. 전월의 13.2%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작년 6월 선박수출이 이례적으로 확대된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밝히고 있으나 수출마저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단 반도체와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이 여전히 큰 폭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6월처럼 증가율이 크게 꺾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조업일수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액은 4.1% 증가했다. 선박을 제외하면 13.8%다.

그런데도 반도체 위주의 수출 증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이란 분석들이 제기되는 것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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