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정부가 올해 목표로 했던 3%대 성장 도전을 결국 접었다.

성장을 이끌어 온 건설ㆍ설비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소비심리도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세계 경제도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들어서고 있어서다.

특히 그간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이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용이 악화하는 결과가 나오고, 분배구조도 더욱 나빠지면서 경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한 해결 노력이 없다며 성장과 고용 등 어려움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회복 개선' 기대를 드러냈던 이전과는 완전히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18일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9%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말 제시한 3.0%보다 0.1%포인트(p) 낮다.

정부는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해 올해 예상치보다 0.1%p 더 낮아질 것으로 봤다.

수출 호조와 투자ㆍ민간소비 개선에 따라 3.1% 성장을 달성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 성장을 이뤄냄으로써 7년 만에 2년 연속 3%대 성장에 도전하겠다던 목표를 포기한 셈이다.

정부는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유가 상승 등 대내외 리스크 확대로 하반기 수출과 소비 회복세가 다소 둔화할 것"이라며 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반도체 편중 성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저소득층 일자리ㆍ소득분배 개선이 지체되고 양극화 등 민생 어려움도 이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특히 현재의 성장 흐름을 주도하는 수출에 대해서도 앞으로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이어진 세계 경제 개선의 수혜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한정된 데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정체되고 투자 또한 감소하고 있어서다.

올해 수출(1∼6월)과 설비투자(1∼5월)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6%와 4.8%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0%와 -1.4%로 곤두박질친다.

그나마 믿었던 소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2.6%에서 올해 1분기 3.5%로 외형상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숙박음식 등 내수와 직접 연계된 소비는 되레 감소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 나빠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등에 따라 고용 상황이 악화하고, 소득분배 구조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는 게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세계 경제를 주도해 온 G2(미국ㆍ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은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통화정책 정상화와 그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ㆍ실물경기 불안 등도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들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취업자 증가 수 전망치다.

정부는 기업들의 인력 부족 상황이 확대되고, 창업 활성화 등으로 신규 구인 수요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동시에 정부의 일자리 예산 대폭 확대 등 정책 효과로 추가적인 수요가 창출돼 올해 취업자가 32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올해 취업자 증가 수는 18만 명이다. 당초 예측치보다 무려 14만 명을 줄인 것이다.

주력산업 부진 지속과 생산가능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에 더해 건설경기 조정 등 경기 요인까지 더해지고,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까지 합쳐지면서 단기간에 고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민간소비(2.8%→2.7%)와 설비투자(3.3%→1.5%)의 전망치도 낮췄고, 올해 0.8% 증가할 것으로 봤던 건설투자는 0.1% 감소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도 당초 1.7% 증가에서 1.6%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간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대폭 낮췄다. 당초 7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던 흑자 규모는 6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785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45억 달러나 급감하는 것이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망치를 낮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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