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를 한국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코스피와 상해종합지수의 상관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상해종합지수의 3개월 기준 상관관계지수는 7월11일 이후 줄곧 0.9대에 머물렀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커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와 상해종합지수의 상관관계는 지난 6월만 해도 0.2~0.5대에 머물렀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빠르게 높아졌다.

G2 무역분쟁의 파도를 한국도 비껴갈 수 없음을 반영한 셈이다.

특히 미중 관세부과 품목 발표 이후 양국의 무역갈등은 한껏 고조된 상태다.

전일 상해종합지수의 2%대 급락세에 코스피에서 외국인 주식선물 매도가 뒤따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상해종합지수와 홍콩지수는 대형주 중심의 낙폭이 커지면서 전일 2.0%, 2.5%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론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무역전쟁의 충격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중국 글로벌전략담당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중국기업 추가제재 리스트 발표 이후 관련 군수, 조선, IT 등 관련주 급락으로 업종 투자심리가 악화됐지만 7월31일 정치국 회의에서 향후 경기진작 신호를 보냈음에도 구체적인 안이 부족해 투자심리를 되돌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취약한 투자심리 하에 미국의 지속적인 공격이 이어져 중국이 수세라고 인식하는 금융시장 투매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미 중국지수와 금융주 등 주요 업종 밸류에이션은 무역전쟁과 최악의 부실채권 위험을 반영한 수준으로 당분간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으나 8~9월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점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급락세도 그리 가파르지는 않다.

중국증시와 밀접하게 연동되면서 상해종합지수, 위안화 흐름에 민감하게 움직이지만 투자 심리는 아직 저점 인식이 강하다.

코스피 투자자들의 시선은 8월초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이 비밀리에 여는 회동인 베이다허(北戴河)회의에 집중돼 있다.

한 증권사 주식운용 담당자는 "한국은 무역분쟁 직접 당사자가 아닌데다 밸류에이션을 감안해도 코스피는 중국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하방지지선이 단단한 편"이라며 "아래로 전저점 수준까지 열어두고 있지만 중국 베이다허(北戴河) 회의에서 미중 무역분쟁 관련 정책이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일 선물시장에서 1만2천계약을 순매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무역분쟁 우려는 더욱 심해졌다.

증시 일각에서는 그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아래로 떨어져 저점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던 주식매니저들의 투자 심리가 점점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체 회의를 했을 때 심리적으로 롱바이어스된 매니저들조차 단 한 명도 전망을 좋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며 "PBR 0.9 부근은 견고할 것이라는 논리에 대한 신뢰도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실적 하향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달러-원 환율도 오르면서 한국 증시의 추세 확신이 약한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라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고, 기업실적이 약해지면 한국증시가 싸다고 봤던 것이 싼 데는 이유가 있다는 시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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