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이 오너 3세로서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이 액상 대마를 밀수해 흡연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SPC그룹이 허희수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 허진수·허희수 부사장, 파리크라상·SPC삼립 지분 차이 크지 않아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PC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의 최대주주는 허영인 회장(지분율 63.5%)이다. 허진수 부사장(20.2%), 허희수 부사장(12.7%), 허 회장 부인 이미향씨(3.6%)도 주요 주주다.

파리크라상은 SPC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파리크라상은 SPC삼립, SPC캐피탈, 샤니, 설목장, 그릭슈바인, SPC클라우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중에서 SPC삼립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그룹의 주력계열사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지분율 40.66%)이다. 허영인 회장(9.27%), 허진수 부사장(11.47%), 허희수 부사장(11.44%) 등도 지분을 들고 있다.

허 회장의 두 아들이 보유한 파리크라상과 SPC삼립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누가 경영권을 물려받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얘기가 나왔다.

오너 2세인 허영인 회장이 차남이라서 장자 승계원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얘기를 뒷받침했다. 허희수 부사장은 지난 2016년 7월 미국 수제버거 체인점인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허진수 부사장보다 주목받기도 했다.

SPC그룹은 쉐이크쉑 이외에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쉐이크쉑 등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 허희수 부사장 구속으로 허진수 부사장 '부각'

그러나 최근 허진수 부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희수 부사장이 액상 대마를 피우다가 검찰에 구속된 탓이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윤상호 부장검사)는 허 부사장을 지난 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허 부사장은 해외에서 액상 대마를 몰래 들여오고, 이를 흡연한 혐의를 받는다.

전날 허희수 부사장이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SPC그룹은 곧바로 입장문을 냈다.

SPC그룹은 "허희수 부사장 구속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허 부사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했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법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SPC그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런 입장문에는 허영인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향후 허희수 부사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인 조현아씨와 조현민씨가 문제를 일으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허 회장이 이를 보고 허희수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불투명했던 SPC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가 명확해졌다"고 진단했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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