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 산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삼성이 추진하는 3년간 180조원 투자는 문재인 정부가 고민하는 투자와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묘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앞으로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러한 결단에는 정부의 요청에 화답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고민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출소한 이재용 부회장은 신성장 사업 투자에 대해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노이다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직후 신사업 투자와 국내 고용창출에 대한 고민을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삼성은 그룹내에서 대규모 투자와 청년실업 해소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 방안에는 신성장 동력 확보와 청년 실업을 중심으로 한 실업률 해소 방안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면 그만큼 고용도 늘어날 수 있고 이는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수시로 보고하는 등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발표된 실업률 지표를 보면 현재 국내의 어려운 경제 환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 전후에 머물러 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2월에 10만4천명을 기록하며 1년 9개월 만에 10만명대로 떨어진 이후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맴돌다가 5월에는 10만명선 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9.0%로 1년 전보다 1.4%포인트 내렸는데 올해 3월부터 5월까지는 10%가 넘는 청년실업률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만난 시점도 통계 지표상 청년실업률이 최악으로 치닫던 때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직후 정부와 고민을 함께하기 시작했고 한 달여의 고민 끝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직후 "일자리가 20만개 이상 나오면 광화문광장에서 춤이라도 추겠다"며 "삼성전자가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매진하고 있는지를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에서 알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데는 정부의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며 "직접 고용해 훈련하는 인력들에 대한 투자비용 등이 상당히 들어가는 만큼 내부 고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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