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정부가 부동산 거래단속을 시행하고 투기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등 정부와 시장이 본격적인 대결양상에 접어들고 있다.

10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8월 6일 기준)은 전주보다 0.18% 올랐다.

용산구(0.29%), 송파구(0.22%), 서초구(0.15%) 등 투기지역은 물론이고 동대문구와 중구(각 0.25%), 동작구(0.21%)도 강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투기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번 주부터는 서울시와 함께 용산 등 부동산중개업소를 돌며 불법계약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여기에 국토부가 이달 말께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개월간 가격 상승률을 따져보면 종로구와 중구, 동작구, 동대문구 등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주 조사 기간에 이러한 규제 재료가 모두 반영됐음에도 아파트값이 오름에 따라 규제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투기 관련 지역으로 묶이면 대출과 세금, 청약에 제약이 가해져 일시적으로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지역의 계속되는 개발 호재 속에 정책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의도와 용산 통합개발 계획은 아직 유효하고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등 교통 인프라도 계속해서 확충될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서울의 매수자/매도자동향지수는 지난주에 기준점인 100을 돌파했고 이번 주 112로 상승 폭을 넓혔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음을 뜻한다.

더는 나올 규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참가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투기지역 지정으로 규제가 더해진다는 것, 불법계약 단속이 준 세무조사나 다름없다는 것으로 거래가 주춤할 순 있지만 투기지역 지정만으로 판도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기지역에 규제가 더해진다고 해도 추가로 적용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부가 집값 급락을 원치 않기 때문에 강한 규제를 내놓기 어렵다는 것을 시장에서 확신하면 웬만한 강력 규제가 아니라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기지역 지정 같은 찔끔 규제가 아닌 후분양제 시행 확대, 민간부문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과감한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국토부가 집값을 낮추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투기지역 지정은 부동산 제어장치 중 하나지만 강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후분양제를 적어도 공공부문 전체에 적용해야 한다. 민간에 후분양제를 적용하지 못한다면 분양가 상한제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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