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정책인 최저임금인상이 당초 의도했던 저소득층 소득증대와 내수활성화는 가져오지 못한 채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으로 정부 지출만 잔뜩 늘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증가한 소득만큼 세금에서 지급하는 정부 지출이 증가해 왼쪽 주머니를 채워주고 오른쪽 주머니로 빼가는 꼴이어서 가계 소득 추이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이날 당정협의를 거쳐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세부 조율을 이유로 연기했다.

임대료 환산보증금 상한 조정, 소상공인 페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와 부가가치세 면세범위 확대 등 세제혜택, 근로장려금을 통한 소상공인 지원방안 등이 안건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 7월 저소득층 소득분배 개선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다시 소상공인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7천530원보다 10.9% 인상한 8천350원으로 의결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수준인 16.4%까지 올린 혼란이 정리되기도 전에 다시 두 자릿수 인상을 감행했다.

문제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의도했던 저소득층의 분배 개선과 내수활성화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액 지수 증가율은 올해 1월 1.6%에서 2월 6.5%, 3월 7.0%를 기점으로 4월 5.4%, 5월 4.5%, 6월 4.0%로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1월 3.4%에서 6월 1.7%로 줄었고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 101.0포인트로 전월 105.5포인트에서 크게 하락했다.

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에 따르면 소득 5분위 계층 중 저소득계층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작년 4분기 152만여 원에서 올해 1분기 133만여 원으로 후퇴했다.

이베스트 증권은 최저임금 1천60원 인상으로 발생한 소득증가 효과가 7조9천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작년 국내총생산(GDP) 중 민간소비 830조 원의 0.9%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베스트 증권은 최저임금 인상의 맞은편에 있는 자영업자의 손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제 전반의 수요를 높여 성장을 만들어 내기에는 모자라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출처: 이베스트 증권>

내수자극은 부진한데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부 지출은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3조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는 근로장려금 지급규모를 3조8천억 원으로 늘리고 자녀장려금 9천억 원까지 합쳐 4조7천억 원을 조세지출로 지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으로 8조 원의 소득을 가계에 올려줬지만, 다시 세금으로 같은 규모의 소득을 가져가 버린 꼴이다.

최광혁 이베스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득주도 성장이 시도된 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다"며 "결론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분배정책이라는 개념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면 모르겠지만, 성장을 이끄는 소득이라는 점에서는 성장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자영업자 비중을 과소평가하는 등 가계소득 파악에서 오류를 저질렀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한국경제 GDP유감'보고서에서 국민소득을 피용자보수, 재산소득, 자영업자의 수익인 영업잉여로 분류해 파악한 결과, 임금에 해당하는 피용자 보수는 증가하고 있었고 재산소득과 영업잉여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의 비중은 25.5%에 달한다"며 "최저임금인상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는 데 좋은 처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소득이 줄면서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가계 사이에 소득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spna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