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이번 주 금융시장의 최대 이벤트는 오는 24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이다.

미국 연준 의장들은 1978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시작된 이 연례행사를 종종 중요한 통화정책 신호를 보내는 기회로 활용해왔다.

특히 벤 버냉키 전 의장이 2010년과 2012년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할 때 잭슨홀 연설을 활용한 이후 시장의 주목도가 커졌다.

파월 의장은 미국시간으로 24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4일 오후 11시)에 '변화하는 경제에서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연설할 계획이다.

파월 의장이 연준 의장 자격으로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낮은 임금상승률 등 '변화한 환경'에서의 통화정책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시장 구조 변화와 통화정책 시사점'이며 파월의 연설 주제도 '변화하는 경제에서의 통화정책'이 주제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환경이 초래한 경제, 구조적 변화에 통화정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번 콘퍼런스의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캔자스 시티 연은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걱정하는 "생산성, 성장, 물가 등의 변화에 기여하는 동력을 탐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집중화나 온라인 소매시장 등으로의 빠른 전환과 같은 경제 구조적 변화가 생산성과 성장, 물가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파월의 연설도 결국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실업률 하락에도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이유나 고용 지표 개선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 등 변화한 환경에 대한 연준의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노던 트러스트의 칼 탄넨바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랜 경기 확장기가 진행된 이후에도 왜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낮은 상태인지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낮은 실업률에도 임금상승률이 낮은 것은 수수께끼라고 언급해왔다.



◇ 새로운 정책 틀 논의하나…'물가수준 목표제' 등 주목

연준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한 이후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정책 도구에 대한 고민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준이 다음 경기 하강 때 취할 수 있는 도구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던 트러스트의 칼 탄넨바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더는 확장기의 초기 단계에 있지 않다"라며 "통화정책은 경기 사이클과 글로벌 경제 환경이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해 약간 앞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잭슨홀이 학술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인 만큼 변화한 환경에서의 새로운 통화정책 도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TD증권의 마이클 핸슨 수석 매크로 전략가도 파월이 다음 경기 하강 때 연준이 이용 가능한 도구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익률 곡선 역전 가능성으로 향후 1~2년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

오레곤 이코노믹 포럼의 팀 듀이 선임 디렉터는 과거 연준은 평균적으로 금리를 5%포인트가량 인하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 수준이 1.75~2.00%라 그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향후 새로운 통화정책 운용 체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작년 10월에 지금까지 사용해온 인플레이션 목표제(inflation targeting)가 아닌 일시적으로 물가수준 목표제(price-level targeting)를 새로운 통화정책 운용 체계로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목표제는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 물가수준 목표제는 물가상승률이 2%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이 발생할 경우 2%를 웃도는 기간을 허용해 장기적으로 평균 2%의 물가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터키發 신흥시장 불안…연준 금리 인상 속도 조절할까

이번 심포지엄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이 초래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외부의 불안이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할 부문이다.

최근 달러화 강세와 정치적 불안 등에 따른 터키 리라화 가치의 하락은 달러화 부채를 과다하게 보유한 일부 신흥국에 상당한 불안을 가져왔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불만과 터키를 비롯한 신흥시장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는 가운데 연준이 이러한 신호를 무시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CMC 마켓츠의 마이클 휴선 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가 의제에 오를 수 있다며 "달러 강세가 앞으로 미국 정책당국자들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려는 상황에서 시장은 신흥시장 통화 위기나 터키의 상황이 미국 정책당국자들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지 살필 것으로 전망했다.

탄넨바움도 많은 터키 기업들이 대규모 달러화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한 국가의 결정이 다른 나라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이번 터키의 사례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또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신흥국에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이 달러 강세와 그에 따른 신흥국 위기에 얼마나 주목할지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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