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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당신 자신에 더 집중하라"…리먼 파산 10년의 교훈

기사승인 2018.09.13  0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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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2008년 3월의 한 금요일.

리먼브러더스에서 한 간부의 보조로 일했던 제이슨 버크셔는 상사의 이메일 모니터링 일을 하다가 우연히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누가 제이슨에게 얘기할 거지?"

그는 그 다음 날 짐을 쌌다. 일생을 투자했던 일자리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고, 한동안 우울증에까지 시달렸다.

이후 6달,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제이슨뿐만 아니라 수많은 리먼 사람들이회사를 떠났다.

그로부터 10년.

제이슨의 현재 연봉은 10년 전의 80% 수준이다. 그것도 이 은행 1년, 저 은행 1년, 한시적인 것들뿐이다.

가장 크게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미국 내 기업 문화가 확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과 같은 이른바 '좋은 직업'을 찾기가 지금 미국에서는, 적어도 제이슨에게는 어렵다. 현재 미국의 기업 임원들이 예전처럼 보조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방송사 CNBC는 리먼 파산 10년을 맞아 당시 실제로 리먼브러더스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추적했다.

제이슨처럼 '한 때 잘 나갔던' 금융계 종사자들의 현재 삶을 인터뷰했는데, 대답이 한결같다. 모두 정신적 타격을 얘기했다.

파산 당시 전무이사였던 리사 로이트먼의 말은 적나라하다. 그는 파산의 여파로 큰 재정적 손실을 보았고, 이후 10년간 작은 금융회사들을 전전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정체성을 잃었다는 패배감이었다고 호소했다.

당시에 직업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뉴저지의 보육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리먼브러더스의 부사장 보 출신 르네 스페로는 최근 은행 일자리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는가끔 이런 문구가 적인 티셔츠를 입어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큰 직업'을 가진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처럼 풍요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로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이 바로 그시절이다. 당시 우리는부채를 늘리면서 속은 썩어들어 갔지만, 성장 일변도의 시장 분위기로사람들을 모두취하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금융투자회사가 판매하는 금융 상품에 대규모 투자가 생겨났다.

돈이 돌았다. 단군 이래 취업의 문은 늘 좁았다지만, 그래도 당시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할 곳이 꽤 있었다. 지금의 취업난을 당시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해도 어디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다가태국에서 촉발된 외환 위기가 한국에까지 옮겨붙었다. 금융기관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고, 결국 대출했던 자금을 일거에 회수하면서 우리는 고초를 겪었다.

화려했던 시절을 반추하는 것은 허무한 호사 같다.이를 겪는 과정에서 지금의 많은 사람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사람들은 아주 적극적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지적 재산권 변호사였던 찰스 크왈와서는 파산 당시 난생처음 기자들에게도 둘러싸여 보고, 이후 창업을 했다가 개인 파산까지 경험한 파란만장한 삶의 소유자다. 이제 41세이지만, 이미 고용주 다섯을 만났고, 은퇴까지 그 숫자는 두 배 이상으로 늘 것 같다는 전망도 했다.

그는 우여곡절의 경로를 지나는 동안 하나의확신이 생겼다. "회사는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몸으로 익히며 얻은 확신인 탓에 그 어떤 것보다 날카롭고 명쾌한 결론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한 이들의 말도 다르지 않다.

리먼브러더스의 채권사업부에 몸담았던 나디아-엘리자베스 시무스 애널리스트는 리먼에서 있었던 과거와는 정반대로 지금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돈을 번다. 이제는 어떤 직업이든 기업이든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 스스로에 있지 브랜드나 은행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리먼브러더스의 자본시장 사업부에 있었던 한 직원의 얘기도 전해졌다.

'당신이 고용한 사람이 아니라 고용 당한 사람이라면, 회사보다는 당신 자신에게 더 집중하라'는 리먼브러더스 출신들의 얘기는 비단 미국에만 적용되는 사례는 아닌 것 같다.

우리도 그런 과정을 한 번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듯하다.(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곽세연 기자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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