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형 토지신탁 과점 지나쳐…CR4 91%

지주계열 신탁사 수익성 높아…신규진입 감내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위원회가 내달 부동산신탁사의 신규 인가 추진방안을 마련한다.

지난 10년간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신규진입이나 퇴출 없이 기존 업체들이 늘어나는 이익을 나눠 먹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금융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동산신탁업 경쟁도 평가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융위는 첫 진입규제 개편 업권으로 부동산신탁업을 선정해 지난 7월부터 두 달여간 외부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경쟁도평가위원회를 통해 시장 상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09년 이후 약 10년간 신규진입이 없었던 부동산신탁업은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됐다.

부동산신탁사의 영업수익은 지난해 말 기준 1조325억 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1%씩 늘었다.

영업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탁보수는 7천억 원에 육박하며 꾸준히 늘었다.

특히 공사비를 신탁사가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보수는 연평균 성장률이 41%나 됐다. 관리형과 담보, 분양관리 신탁보수도 10%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재무건전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924%로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50%를 크게 상회했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규모는 3배 이상 급증했고, 11개사 모두 흑자 기록 중으로 재무건전성 우려도 극히 낮다는 게 경쟁도평가위원회의 판단이다.

시장별로는 대형사는 차입형, 중소형사는 관리형과 담보형 신탁 위주로 수익을 늘렸다.

한국토지·한국자산·대한토지신탁 등 대형 3개사는 전체 영업수익 중 차입형 토지신탁과 신탁계정대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 동원력이 필요하므로 대형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차입형 토지신탁의 허핀달-허쉬만지수(HHI)는 무려 2천478을 기록했다. 시장 집중도를 보여주는 HHI가 2천500을 초과하면 매우 집중화된 산업임을 고려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독점구조인 셈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점유율 상위 4개사의 비중을 더해 보여주는 CR4 역시 91%를 기록, 독점적 시장으로 판단됐다.

관리형 토지신탁의 HHI와 CR4는 각각 1천236와 59%를 나타냈다. 토지신탁 이외 상품의 HHI와 CR4도 각각 1천288과 62%로 조사됐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전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 집중도를 보였다.

관리형 토지신탁과 토지신탁 외 업무의 경우 은행과 손해보험사보다 HHI가 낮지만 전업 카드사와 생명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에 비해 높았다.

이에 부동산신탁업 내 경쟁도는 아직 충분히 높지 않으며, 신규진입에 대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경쟁도평가위원회의 결론이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금융업권 중 가장 낮은 경쟁도를 보이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신규진입을 통한 경쟁촉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를 중심으로 관리형과 담보 등 일부 업무 영역에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업체의 수익성 자체가 매우 높고, 해당 업무가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작다는 점에서 충분히 신규진입을 감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경쟁촉진을 위해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해선 적극적이고 유연한 진입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부동산신탁회사에 대한 건전성 관리 체계를 사전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경쟁이 지나치게 심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검사와 감독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위는 경쟁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내달까지 세부적인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가 단위와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을 현재 검토 중"이라며 "10월 내로 새로운 인가 추진방안을 마련해 유의미한 시장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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