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최근 월가의 최대 화두는 가파르게 오르는 미국 국채금리다.

연초에도 국채금리는 올랐지만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 초반에서 번번이 막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주요 저항선을 가뿐하게 돌파하며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좋은 경제 지표와 실적 호조로 거칠 것 없이 고공 행진하던 미국 주식시장에는 제동이 걸렸다.

미국 주가가 근래 보기 드물게 큰 폭으로 하락하고는 있지만, 다른 이머징마켓과 비교하거나, 기존에 오른 것을 고려하면 아직은 기간 조정이 아닌 가격 조정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번 국채금리 상승이 경기가 좋아서라는 점 역시 주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주식시장보다 더 민감하게 국채금리에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부동산시장이다.

모기지 데일리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가 5%를 넘겼다. 장기 박스권에 머물러 있던 모기지 금리가 8년 만에 5%대 저항선을 뚫은 것이다.

이 금리는 1년 전에는 4%를 밑돌았다. 2016년에는 3.5%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1~2년 사이에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5%는 단순히 마디 지수만은 아니라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5%는 역사적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주택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다른 요인과 결합하면 파급력은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MND의 매튜 그레이엄 수석 운영책임자는 "잠재적으로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에게 5%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수준"이라며 "5%는 모기지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 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앞다퉈 집을 사고 집값을 끌어올린 것은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 출생한,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연령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싼 신용에 익숙해져 있다. 대출 이자가 높지 않은 덕에 최근 몇 년간 주택 구입의 전성기를 맞았다.

모기지 금리상승 영향은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고금리를 경험해 본 고령층과 달리 역사적인 저금리 시대에 성년이 된 밀레니얼 세대는 소폭의 금리상승에도 심리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모기지 금리는 1981년 10월 18.45%까지 치솟기도 했다.

20%에 육박하는 금리를 경험해본 세대가 느끼는 5%와 금리가 3.5~4%일 때 성장한 사람이 4.5%나 5%를 보는 것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하나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실제 모기지 금리는 1년 전보다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30만 달러 규모의 모기지 론을 받았다면 한 달에 최소 200달러 이상을 더 내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뼈아픈 고통을 경험한 탓에 미국은 아무에게나 모기지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5% 모기지 금리에 따른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예 대출에서 제외해 잠재적인 구매자를 줄인다.

이런 우려에도 아직은 주택투자 심리가 꺾이지 않아 매수자와 매도자의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균형점이 무너지는 '터닝포인트'가 어디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팔겠다고 내놓은 집이 매물 상태로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이미 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수요가 줄고 매물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지면 자연스레 가격을 낮추는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

최근 2~3년간의 부동산 광풍은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미국인들의 관심사를 볼 수 있는 구글 검색에 부동산, 모기지가 올해 내내 상위를 차지했다. 특히 주말 가족 친지나 주변 이웃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얘기가 많아지다 보니 월요일에 부동산, 모기지 검색이 급증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저금리가 당연했던 세상이 바뀌고 있다. '아 그 때는 모기지 금리가 5%밖에 안했었지'라고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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