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말 많고 탈 많은 항공사 오너들의 갑질 폭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오너들의 갑질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경쟁사인 금호아시아나의 박삼구 회장 가문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갑질 문제가 드러나면서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갑질의 종류도 다양하다. 땅콩 회항에 이어 물벼락과 욕설 갑질, 기내식 사태와 낙하산 인사에 성희롱 논란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찬양가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영상을 보는 내내 믿을 수 없었고, 차마 믿고 싶지 않았다.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박삼구 회장의 딸 박세진씨의 낙하산 임원 인사도 국민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정과 정의를 기반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국민들이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데, 정작 기업체에선 이에 역행해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주의 자녀를 임원으로 꽂아넣었기 때문이다. '일자리 하나 얻는 게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데 경영 경험도 없는 전업주부가 갑자기 임원이 되다니, 과연 이래도 되는가'라는 게 일반적인 국민들의 정서다.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도 차장으로 입사해 4년여만에 이사로 고속 승진을 한 전례가 있다. 대한항공의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남매 역시 마찬가지 경로를 거쳤다.

더 큰 문제는 항공사 오너들이 엉뚱한 사과와 해명으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삼구 회장은 "사회생활을 시키기 위해 인사를 냈다. 아주 작은 계열사에서 인생공부, 사회공부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너의 딸에겐 공부고 경험인 그 자리가 일반직원에겐 평생을 노력해도 될까말까한 꿈의 자리다. 전업주부를 하다가도 하루 아침에 임원이 되는 모습을 보는 이 땅의 수많은 경단녀들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앞서 문제가 된 찬양가 영상에 대한 해명도 생뚱맞다. 아시아나측은 "승무원이 스스로 참여했다"고 해명해 빈축을 샀다. 제왕적 기업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이곳에서 과연 '스스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되묻고 싶다.

직접 사과하며 수습하려는 의지를 보인 박 회장은 그나마 양반축에 속한다. 갑질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조양호 회장은 보도자료 한 장으로 사과를 대신하고, 이명희, 조현민 등 갑질 당사자는 경찰 포토라인에서 녹음기 틀듯이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무성의하게 반복했다. 사과의 진정성도 없으니 당연히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오죽하면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서 "못난 갑질이 세계적 수치가 됐다"고 비판했을까.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때 재벌 회장들이 존경받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개발 시대에 나라발전에 기여하고, 일자리 창출과 각종 사회사업으로 과실을 환원하는 모습을 보였던 때다. 그렇게나마 존경받는 회장님의 모습은 이제 없다. 회장이란 이름은 이제 부끄러운 직함으로 국민의 뇌리에 각인될 것이다. 회장하면 갑질부터 떠올릴 테니 말이다. 금수저를 물고 자리를 꿰찬 재벌 2세, 3세들로 내려가면 더 심하면 심했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재벌의 모습을 확인할수록 "갑질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생활적폐"라는 이 총리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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