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다시 'Total compensation의 시간'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상장회사는 2018년부터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미등기 임원과 직원 중 회사 내 상위 5명의 급여 내역을 매년 반기마다 공개해야 한다.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가 공개되는 때가 3월과 8월은 누군가의 연봉을 엿볼 수 있는 시기다.

2023회계연도 반기보고서가 나온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연봉킹'의 사연이 전해졌다. 2013년만 해도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만 의무 공개 대상이었다. 미등기 임원의 보수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자 일부 대기업 총수와 대주주들이 등기임원직을 잇달아 사퇴했고, 연봉 공개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미등기 임원과 직원까지 연봉 공개 대상이 확대되면서 재벌 총수는 물론, 회사 최고경영자(CEO)보다 많이 받는 '능력자' 직원들의 급여도 알게 됐다.

샐러리맨 신화는 이번에도 증권업계에서 나왔다. 중소형증권사 채권본부의 한 과장이 상반기에만 34억3천400만원을 받아 회장, 사장을 제치고 증권가 연봉킹을 차지했다. 급여 3천200만원, 상여 34억100만원, 복리후생 지원금 100만원 등으로, 단순 1년으로 계산하면 68억원을 훌쩍 넘는다. 기본급보다 인센티브가 많은 특성상, 증권업계에서는 과장, 차장의 수십억대 연봉이 심심찮게 나온다.

은행권의 경우 평균 급여가 높은 구조인데, 억대 연봉을 넘어 은행원 평균 1억5천만원 시대가 도래했다.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등 금융권 돈 잔치 논란은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에서 보상은 중요한 문제다. 최근에는 통상적인 보상을 넘어선 더 큰 개념을 중시한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대가인 Total compensation에는 급여, 인센티브, 복리후생과 같은 전통적인 보상 외에 승진, 교육훈련기회, 업무환경, 인정 등의 비금전적인 보상도 포함된다. Total compensation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도 중요하게 보는 고용비용지수(ECI, Employment Cost Index)로도 산출된다.

조직의 성공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구성원의 직무 만족이나 몰입, 동기부여 등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비금전적인 보상도 포괄하는 총보상은 최근 들어 더욱 중시되는 추세다. 그래도 재무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 보상은 물음표만 남긴다.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몰입, 동기부여라는 가치를 돈으로 보상해주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게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다. 국내 금융계 스톡옵션 효시는 KB국민은행과 합병한 옛 주택은행장을 지낸 김정태 전 행장이 1998년 동원증권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받은 스톡옵션 5만주다. 그보다는 후에 주택은행장을 맡으면서 월급 1원을 받는 대신 얻게 된 스톡옵션이 사실상의 스톡옵션 시작이다. 실적 개선→주가 상승이라는 스톡옵션 선순환 뒤에는 매도 타이밍, 엄청난 이익이라는 논란이 따라붙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스톡옵션과 같은 성과급은 '월가의 탐욕'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도덕적 해이라는 사회적 비난 여론을 의식한 은행권에서는 잇달아 스톡옵션을 반납했고, 이제 스톡옵션은 카카오뱅크 등 일부 신생 금융사에서만 볼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톡옵션 대체제로 최근에는 RSU(Restricted Stock Units)가 떠오르고 있다. 올해 재계에서도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인 RSU가 실질적인 연봉을 갈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RSU는 아직 국내에서 통용되지 않지만, 2020년 2월 국내 주요 그룹 최초로 도입해 임원급 이상에 지급하는 한화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Total compensation이 일상이 된 미국에서, 특히 스타트업이 많은 실리콘밸리에서 총보수에는 꼭 RSU가 들어간다. 일종의 장기 인센티브 제도인데,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자사주를 부여하되 성과 달성, 일정 기간의 재직과 같은 조건 등을 충족해야 실제 귀속되도록 제한을 둔다. 꽤 여러 해에 걸쳐 주식을 나눠주는 보상 체계다.

이 조건을 충족했을 때 정해진 행사가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게 스톡옵션이라면 RSU는 조건만 되면 주식 자체를 준다.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는 행사가로 주식을 사야 해 돈이 들지만, RSU는 돈이 들지 않는다. 종업원지주제도의 일종인 Employee Stock Purchase Plan(ESPP)는 조건이 붙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이 해당 플랜에 참여를 결정하면 본인의 급여에서 미리 정한 비율(1~10%)만큼 적립해 특정 시점에 주식을 할인된 가격(10~20%)으로 매수하게 해준다.

부여(Grant)→귀속(Vesting) 단계 이후 스톡옵션이 행사(Exercise)라는 절차를 거친다면 RSU는 바로 주식을 갖게 된다.


찰스슈왑이 설명하는 RSU


경영 효율성을 내세운 성과주의가 금융권의 캐치프레이즈가 되면서 반대급부로 경영진과 일부 능력자의 이른바 '먹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금융당국이 단기 성과주의에 목을 맨 최고경영자(CEO) 보상 체계에 칼을 대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RSU는 그런 의미에서 금융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RSU가 금융맨의 최대 화두가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투자금융부장)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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