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가격 시장 예상의 절반 수준까지 '뚝'
관건은 증자 규모…산은 2대 주주로 남아 정상화 지원할 듯

KDB생명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 인수·합병(M&A)을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르면 내달 중순께 최종 인수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구주가(價) 인하는 물론, 향후 2대 주주로 남아 KDB생명의 경영정상화를 돕는 조건까지 제시하는 등 매각 성사를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달 초부터 6주가량 KDB생명 인수를 위한 정밀 실사를 진행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사 이후 구주가와 신주 투입액 등을 정한 후 곧바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게 현재 예상하고 있는 스케줄이다"며 "실사 종료 시점 등을 고려할 경우 추석 연휴 전에는 하나금융의 인수 여부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하나금융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산은도 대부분의 요청에 응하며 하나금융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하나금융은 산은 등이 보유한 구주가격을 1천억원대 초반 수준에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권 안팎에서 이 지분의 가치를 2천억원 수준으로 봤던 것과는 괴리가 큰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이번 기회에 KDB생명을 정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보고 구주가격엔 최대한 의미를 덜 부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증자 규모가 관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사 이후 하나금융은 구주가의 추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KDB생명의 경우 신주 인수를 통해 건전성 지표를 개선시키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하나금융 입장에선 증자 규모를 늘리고 구주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경우 산은이 보유한 KDB생명 구주가격은 예상치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산은은 딜이 종료된 이후에도 주요 주주로 남아 하나금융의 주도하는 경영정상화 작업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기존 최대주주들의 펀드는 1차적으로 모두 청산 수순을 밟게 되지만, 산은의 경우 딜 종료 이후 추가 증자를 통해 KDB생명의 일정 지분을 일부 다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1천400억원 규모의 증자는 후순위채 만기물량에 대응해 건전성 비율을 지키려는 차원으로, 하나금융을 직접 지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향후 이와는 별개의 증자를 추가로 단행해 산은이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부담을 덜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사 과정까지 '구속력'을 두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이번 딜은 하나금융이 KDB생명의 정밀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는 하나금융이 실사를 끝낸 이후에도 별다른 제약 없이 딜을 끝낼 수 있다는 의미다.

매각대상의 주요 재무정보·영업기밀 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부터 '구속력'을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번 딜은 하나금융의 완강한 입장을 반영해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사가 마무리 되고 최종 단계인 SPA에서는 당연히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며 "매각주체인 산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본다. 결국 하나금융의 결정만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발언하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3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당국-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3.31 ha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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