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황두환 연구원 = 최근 미국 주가지수가 국채금리에 휘둘리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을 최우량 자산이 빨아들이고 있고, 고금리가 수익성을 갉아먹는다는 인식이 깔리면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주식시장, 특히 테마주를 종합적으로 볼 때 국채금리와 직접 비교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여차하면 동반 약세에 원화가치까지 트리플 약세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긴 호흡으로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테마주를 종합적으로 보고 싶다면, 짧은 만기에서 거래되는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금리가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될 것으로 진단됐다. 자금조달 주기가 짧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CP·전단채 금리가 해당 섹터와 더 상관관계가 큰 모습을 보였다.

◇ 누적의 힘…증권업으로 본 CP와 주가의 상관관계

22일 연합인포맥스는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통합 유통정보(화면번호 4740)와 CP/전단채 유통 건별체결(화면번호 4738)을 분석해 섹터별 단기금리의 시계열을 추적했다. 발행일 실제 체결(거래)된 금리다.

추적 기간은 지난 2020년 1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다. CP와 전단채의 잔존만기는 30일로 제한해 초단기 영역에서 조달 비용을 측정했다. 해당 섹터의 기업 신용도 이외의 금리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없애고자 일반 CP/전단채만을 대상으로 했다. 섹터 내에서 신용등급이 낮아 평균 금리를 왜곡하는 A1 미만 기업들은 제외했다.

통계청과 코스피 업종지수를 바탕으로 섹터를 나눠 CP/전단채 금리와 코스피 지수를 동시에 그려보면 코로나 이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증명했다. 자금 유출입에 민감하고 조달이 잦은 증권업의 특성이 한몫했다.

증권업 CP/전단채 금리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우리나라 정책금리는 올해 1월 이후 동결 기조다. 단기 금리 변동성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1~2개월간의 움직임도 상당히 유사했던 것이 특징이다. 단기 CP/전단채 금리가 올라가면 어김없이 잠시라도 해당 섹터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고금리가 누적되자 증권업 지수가 1,800을 넘지 못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조달 비용의 누적이 해당 산업의 성장성에도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초단기로 섹터 주식에 투자할 게 아니라면, 섹터에 대한 유동성 흐름과 금리 부담에 대한 이해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자금시장 진입 불가능한 소규모 기업은 유의

최근 뉴욕시장은 미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뉴욕증시가 하락하는 커플링이 출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잔존 만기 3년 이상이 거래되는 채권시장에서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약한 편이다. 특히, 산업 섹터별로 구분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특수성에 기인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영업 기반이 국내와 해외 일부 지역에 치우쳐져 있다. 제한된 매출과 정보는 채권시장에서 중장기 자금을 조달하기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CP/전단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특정 섹터에 단기적으로 자금을 맡길 수 있느냐를 참고 사항으로 챙기는 것이다. 자금을 짧게는 하루 단위로 맡기는 초단기 시장은 어느 곳보다 기업을 냉정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자금시장에서 단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면 형편이 나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 테마주로 이따금 떠오르는 일부 기업들은 은행 대출에 의존하거나 사모펀드 등 보편화되지 않은 자금에 기대는 편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금리 시장과 주가가 따로 움직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자금시장에서 추적할 수 있는 기업들의 주가를 실시간으로 본다면, 유동성 쇼크에 바로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예방하는 공기업을 제외하면 자금 긴축에 급격히 반응하는 게 자금시장의 특징이다.

공기업과 일반기업 CP/전단채 금리 추이


어떤 섹터의 단기금리가 기준금리나 공기업 대비 50bp 이상 크게 뛴다면 긴장할 필요가 있다. 테마주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일수록, 기업의 단기 위기 대응 능력을 체크하는 자세가 필요할 수 있어서다. 만기가 1년 이상인 대출이 아니라, 한 달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자금 금리가 높다면 재무안정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CP/전단채 시장이 대부분 오전에 마감되고 실제 체결된 금리가 시장에 데이터로 표출된다"며 "당일의 장 상황을 체감하기에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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