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만기 연장 여부에 금융시스템 위기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빙산의 일각일까. 공식 통계도 없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가 뇌관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은행들이 '지방정부 자금조달 기관(LGFV)'에 대해 49조위안, 한화 약 8천990조원이 넘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있어 금융시스템 위기가 거론된다. LGFV들이 올해 만기를 '꼼수'로 넘기는 방법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울 것으로 분석됐다.

21일(현지시간)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글로벌에 따르면 UBS의 중국 금융 리서치 책임자인 얀 메이지는 중국 지방정부 자금조달 기관(LGFV)에 대한 은행들의 익스포저가 49조위안(한화 약 8천990조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더 많은 추정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왕 지안 궈신증권(Guosen Securities)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상업은행들이 37조위안(한화 6천785조600억원) 규모의 LGFV 미상환 대출이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은행들이 LGFV의 최대 채권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GFV의 부채는 공식 통계도 없는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양한 곳에서 추정하는 규모는 대략 30조위안에서 70조위안 사이다. LGFV는 국가 인프라 개발과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된 지방정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중국이 부동산을 축으로 경제를 이끌면서 LGFV의 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부동산 경기가 꺼질 때는 부실 자산을 매입하는 데도 LGFV가 관여했다. 지난 2021년 2월부터 작년 3분기 말까지 LGFV가 사들인 토지는 전체 거래의 41%를 자치했다. LGFV가 매입한 토지는 가격 하락에 노출되지 않고자 개발도 하지 않는 상태로 알려졌다.

LGFV의 부채 규모와 함께 재무 건전성이 함께 나빠진다는 뜻이다. 일부 지방 정부는 공무원의 급여를 주지 못할 만큼 상황이 악화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LGFV의 부채가 많은 지역으로는 장쑤성, 저장성, 산둥성, 톈진, 쓰촨성 등이 지목됐다.

중국 화안증권(HuaAn Securities)이 조사한 바를 보면, 올해 말까지 3천427개 LGFV에 대해 2조6천억위안의 채권 만기가 대기 중이다. 이달에 5천594억위안, 내달에 5천277억위안 순이다.

LGFV의 채권은 사실상 중국 정부가 보증해주는 것으로 투자자들은 이해한다. 이들은 주로 차환을 통해 만기를 해결하지만, 최근에는 '꼼수'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고 매체는 비판했다.

예를 들면, 구조화된 채권을 특정 펀드 매니저에게 판매하는 수법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일부에게 넘기면서 발행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다. 이는 당국의 감독을 회피하는 부작용도 있다.

신탁 대출이나 은행 인수 어음, 미수금 등 시장을 거치지 않는 부채들로 때우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자주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되는 실정이라고 매체는 보도했다.

구이저우성 쭌이시(遵義市) 산하 쭌이도로교각건설그룹(遵義道橋建設集)은 모든 대출의 만기를 20년으로 바꾸고 향후 10년 동안 이자만 지불하는 방식으로 만기를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다른 LGFV도 이러한 방식을 따라 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확산 중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채 연장 모델이 지역 비즈니스 환경과 금융 생태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궁극적으로 LGFV의 단기 고금리 부채를 저비용 장기 국채로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관계 설정도 과제로 꼽혔다.

왕 타오 UBS은행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LGFV 부채의 대규모 스왑은 재정 시스템의 구조적 개혁을 동반해야 한다"며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재정 ·경제 관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엄격한 규율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 정성 핑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 정부가 궁극적으로 지방 정부 부채를 보증할 것이라고 믿어 LGFV에 대한 대출을 장려했다"며 "정부가 방어막이라는 환상을 깨기 위해 더 많은 재정 권한을 지방에 부여하는 등 관계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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