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곳에는 부장과 부장 출신 팀원이 있다고 했다. 부장이면 부장이지 부장 출신 팀원은 뭐냐고 물으면 직책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은 '직책'과 '직급'을 분리하면서 직책자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50세 이상의 직원이 늘고 있지만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제한돼 있고, 그로 인해 부장을 했다가도 승진하지 않는 대신 팀원으로 다시 내려오는 직원들이 생겼다.

직책을 맡지 않은 부장, 차장급이 점점 늘어나는 구조다.

거래소의 총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25명이다. 직원 평균연령은 이미 50세에 근접했다. 평균 근속연수도 20년에 육박한다.

조직도상 부나 실은 36개인 만큼 부장 승진을 한다고 해도 부서장 보직을 맡는 것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가능하다.

코스콤은 2017년 말 기준 710명의 전직원 중 부장은 16명, 차장은 94명이다. 과장급은 184명, 대리급은 162명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점점 올라갈수록 맡을 수 있는 부서장직은 제한돼 있다.

문제는 이런 직책 높은 직원들이 실무를 담당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유능한 인력임에도 실무를 하지 않는 인력이 되고 만다.

부서장 입장에서도 본인보다 나이도 많고, 선임인 직원에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50세라 하더라도 정년까지는 꼬박 10년 이상 남아있다.

임금피크제까지 들어가면 조직 내에 몸담고 있지만 실무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조직 전체가 노화되고 있는 셈이다.

임원 수를 늘리면 될까.

거래소나 코스콤의 고위 임원직은 대부분 주무기관의 공무원 출신인 유관기관 임원이 맡는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내려오거나 외부출신인 경우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본부장급 이상의 상임임원은 6명에 불과하다. 이 중 거래소에 직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올라간 경우는 3명뿐이다. 각종 위원회 역시 교수, 협회장 등 외부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코스콤 역시 상임임원은 3명, 비상임이 2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경우 적어도 25년 이상 근무해야 부장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두리양식처럼 윗선은 모두 공무원들이 나눠 갖기 때문에 사실상 그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이 대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한계가 있으니 어느 정도 직책을 달면 더는 실무를 하지 않게 되고, 조직에 대해 잘 모르는 외부 인사가 임원으로 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식의 흐름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흰머리가 성성한 부장급이 많지만 딱히 해법은 없다"며 "팀원이지만 회사 내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분이니 잘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정선영 기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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