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금융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네이버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네이버는 아직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금융당국과 업계에선 네이버의 가세가 연말부터 막이 오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의 흥행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반기는 분위기다.

17일 금융권과 IC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과 관련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가 자사 입장과 관계 없이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는 국내 ICT 기업 중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만한 자본력과 사업 능력을 갖춘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내놓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령안을 보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한도 초과 보유 주주가 될 수 없다.

다만, ICT 주력그룹에 한해 예외가 허용된다. ICT 주력그룹은 기업집단 내 ICT 기업 자산의 합계액을 비금융회사 자산 합계액으로 나눈 비중이 50% 이상이면 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비롯해 재벌 그룹에 속한 ICT 계열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되긴 어렵다.

시장에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후보군으로 네이버와 함께 넥슨, 넷마블 등을 자주 거론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운영 중이고, 일본과 대만에서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핀테크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사업 능력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경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현실화할 경우 네이버페이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빅데이터 신용평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네이버의 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중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서비스와 소비자를 겨냥한 소액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5천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나서는 등 금융권과 제휴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당초 국내 은행업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규 사업 진출을 고려해보자는 쪽으로 내부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도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설을 반기고 있다.

금융위는 연말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방침을 발표할 예정인데, 네이버가 인가전에 가세할 경우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은행들 입장에서도 네이버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업계의 전체적인 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함께 판을 키워 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특히 네이버처럼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 들어와야 업계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내부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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