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여의도 증권가의 꽃이라 인식됐습니다. 증권가 진입을 시도하는 취업자에게는 꿈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10여 년 전만 해도 수억원의 초고액 연봉을 받는 이들이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증권 업황이 눈에 띄게 둔화했고 주식형으로 대변되는 공모펀드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었습니다.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이들의 몸값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금융투자회사들의 비용 줄이기는 연봉 삭감은 물론 고용 불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이들의 얘기를 다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증권가 종사자라면, 취업 준비생이라면 한 번쯤 궁금했던 이야기들입니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몸값 변화와 인센티브 구조, 그리고 한때 증권가에서 명성이 높았던 전문가들의 현재 모습 등을 짚어보는 기획 기사 3꼭지를 사흘에 걸쳐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큰 거로 열 장, 그러니까 연봉 10억원씩 애널리스트가 받던 시절도 있었다. 10여 년 전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나 일부 금융업종 애널리스트가 그랬다.

하지만 강산도 변했고 애널리스트의 연봉도 예전 같지 않다. 애널리스트 데뷔가 1억원의 보증 수표라는 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 때 얘기가 돼버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경우 리서치 인력 연봉은 3천만원 후반에서 5천만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빠르면 2년, 길게는 4~5년 정도의 RA 생활을 마치고 애널리스트로 데뷔하면 본격적인 무한 경쟁의 시작이다.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대형사 일부는 매일같이 애널리스트들이 몇 명의 펀드매니저에게 전화를 받거나 혹은 했는지 등을 집계한다. 보통은 리포트 발간 및 발송 횟수만 집계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실제 실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간으로 모여진 통계는 리서치센터 내에서 공표된다. 월간으로는 몇 회 세미나를 했는지, 보고서를 발간했는지가 합산되고 마찬가지로 등수가 매겨진다. 이렇게 52주간 누적된 등수 등이 연봉 산정의 근거가 된다.

이 때문에 등수가 낮더라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주간, 월간 단위로 자기 성적을 봐왔기 때문에 연봉 협상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고 해도 막 데뷔한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은 7천만~9천만원 수준이다. 대형 증권사 기준이다. 데뷔와 동시에 억 단위 연봉을 받는 건 국내사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면 다음 해 연봉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폴(poll)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연봉이나 인센티브로 반영되는 산식을 따로 두지 않는 리서치하우스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대형사 얘기다. 중소형사로 가면 아예 인센티브란 걸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한 중형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사원급 애널리스트, RA들에 지급된 100만원대의 성과급에 고무되기도 했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봉이 박하기로 소문난 한 중형증권사의 경우 4~5년차가 돼도 4천만원대 연봉을 받아 아예 업종을 바꿔서 이직하려는 직원들도 많다"며 "최근에는 대형사들도 RA에서 애널리스트 데뷔 할 때 1천만~2천만원 정도 올려주는 데에 그쳐 '애널리스트=고액 연봉자'란 등식도 예전 얘기고 이미 자리를 잡은 시니어 애널리스트들만 억대 연봉을 유지하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그래도 억대 연봉을 유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주식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리서치 하우스를 아예 줄이는 경우가 있어 고용 불안정성이 국내사보다 크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경우 RA 연봉을 8천만원부터 부른다. 계약이 1년에 한 번 갱신될 때마다 1천만원씩 오르는 형식이다. 그렇게 3년 차 RA는 1억원, 라이팅 애널리스트로 데뷔하면 1억2천만~1억5천만원 정도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중 상대적으로 연봉이 박한 아시아계 증권사들도 RA 초봉은 5천만~6천만원으로 국내사들보다는 2천만원가량 높은 편이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오랜 기간 이름을 날린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은 2억~3억원대 연봉을 받는 등 센터장보다 높은 연봉을 가져가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업계 전체에서 극히 일부다"며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리서치 리포트를 유료로 제공하는 등의 수익원이 있지만 국내는 그마저도 없어 비용 부서란 인식이 강하고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자라난 RA 출신 애널리스트들은 큰 연봉을 받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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