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채권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최근 들어 순해졌다. 연합인포맥스의 스와프 수익률곡선 분석도구(2620 화면)에 따르면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1년 뒤인 2024년 5월에 연 3.42%로 내려가 있을 예정이다. 이는 현재 3.64%인 CD금리 수준과 비교했을 때 1년 뒤에 약 25bp 정도의 금리 인하만 있을 것으로 시장이 기대한다는 의미다. 또 2년 후인 2025년 5월 선도금리는 2.89%로 현재보다는 75bp 낮아 세 차례 인하 기대가 형성돼 있다. CD금리가 3.58%였던 한 달 전 기준으로 1년 뒤 선도금리가 3.23%였을 때와 비교하면 시장의 인하 기대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와프 일드 커브 분석도구(2620 화면)
출처 : 연합인포맥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배경은 한국은행이다. 5월 들어 한은은 단기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한때 3.43%까지 내렸던 CD금리 수준을 3.5%인 기준금리보다 높였다. 한은의 시중유동성 흡수 도구인 통안채 발행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12조4천400억원에 달했다. 4월 전체 통안채 발행 규모가 12조500억원, 3월이 10조8천2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꽤 크다. 여기에다 작년 말과 올해 초 팽배했던 금융위기나 경기 침체 발생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심리가 개선됐고, 코스닥시장이 올해 들어 크게 반등하면서 자산가치가 회복한 덕분도 있어 보인다.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중앙은행과 시장의 괴리가 귀여운 수준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 5.25%까지 인상됐으나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3.57%,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도 4.15%다. 미국 채무 불이행 우려에 따른 단기채 매도세로 최근 1개월물 국채(T-bill) 수익률은 5.57%까지 고점을 높였고, 2개월물 수익률도 4.97%까지 높아졌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9월 25bp 금리인하 가능성을 45%로 반영하고 있다. 11월에는 50bp 인하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물론 미국이 경기 둔화나 추가 금융시장 충격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한국도 동반 인하에 나설 수 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 툴



하지만 작년보다 폭은 둔화했더라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보다 두배 높게 형성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먼저 나설 수 없다. 특히 임금발 물가 상승의 파급효과는 더 이어질 여지가 많다. 병사 월급 200만원이 시행되면 도미노처럼 부사관과 장교 월급 인상이 나타날 것이다. 또 단기근무직의 시급 상승 압력도 보인다. 음식점들은 주방이든 홀이든 일할 직원을 구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전기나 가스요금이 실제 수입 에너지 가격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하는 것도 잠재 요인이다. 특히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막을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임금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은 험난해 보이고, 이는 통화정책으로는 못하는 일이다. 최근 국제 외교무대에서 중국과 관계 설정을 두고 자주 쓰이는 단어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바뀌고 있다. 끈적한 물가가 통화정책 목표 수준으로 내려올 기미가 없어 보이고 미국 경기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채권시장도 디리스킹을 고민해야 한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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